[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탄소배출 문제를 줄이고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안으로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선형경제 구조에 따라 자원을 채취·소비·폐기해왔다. 이는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낭비로 이어져 ‘쓰레기 대란’ 등 환경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순환경제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다. 자원의 조달·생산·소비·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순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분해성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폐기물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나눔을 통해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것이 순환경제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 최초로 무료나눔 자원순환 플랫폼 ‘나비’를 개발한 박형철 대표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탄소중립은 필수적”이라며 “자원순환은 탄소를 줄이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안이자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나비는 자원순환 실천과 자원거래를 위한 생태계 창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개인 간 자원 나눔을 통해 기업의 폐자원 수집과 공급을 효율화하고, 기존 자원순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분리배출과 수거, 선별, 세척 문제 등 자원순환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순환과 상생의 날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박형철 대표를 만나 나비만의 특별함과 계획을 들어봤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듯, 개인의 작은 순환 실천이 전 세계적인 자연보호와 지속가능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그의 얼굴엔 빛나는 열정과 선한 영향력이 가득했다.
개인의 자원순환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다
순환과 상생의 날개··· 폐기물이 자원이 되는 공간
자원순환 플랫폼 ‘나비’에 대해 소개해달라.
나비는 개인 간 무료나눔을 통해 생활계 폐기물 등을 순환하는 플랫폼이다. 개인의 무료나눔을 통해 환경포인트(꿀단지)를 보상받고, 나눔을 통해 보상받은 꿀단지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무료나눔뿐 아니라 자원거래를 통해 기업의 폐자원 수집과 공급을 효율화하고, 기존 자원순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자원순환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플라스틱 혼합배출, 이물질 선별 부족, 유색 잔재물 등의 문제로 고부가가치 재활용은 미흡한 상황이다.
자원순환의 걸림돌이었던 ‘분리배출-수거-선별-세척’ 등을 나비 플랫폼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업사이클 업체에 원재료를 공급하고, 여기서 발생한 환경 수익은 모든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자원순환 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이자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매우 어렵다. 자원순환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좀 더 나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나비는 사람과 사람이 스스로 만드는 자원순환 생태계로 거듭나고자 한다.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중국 유학 시절 환경오염이 심각한 곳이라 평소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대기오염이 심해서 창문을 열고 2~3시간 있으면 집안 바닥에 검은 오염 물질이 가득했다. 환경오염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고,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니 상황이 비슷했다. 미세먼지로 창문을 열 수 없고, 폭염과 홍수 등 재난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었다. 환경문제가 점점 빠르게 악화된다는 걸 체감했다.
그러던 중 친환경 관련 기업에서 전략 및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며,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위한 환경친화적인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재활용 사업은 많으나 실효적 방안이 부족했다. 환경오염 해결 방식에 관한 기술 의존적 방식이나 시민 참여 캠페인 등을 보면 개인의 환경보호를 강요하지만, 이를 위한 플랫폼은 없었다.
개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민관협력이 가능한 주민 주체 자원순환 온라인 생태계를 만들고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기획했고, 아이디어를 이뤄줄 기업이나 자원순환 관련 업체들에 제안했다.
처음 돌아온 답은 다소 절망적이었다. “아이디어나 개념은 정말 좋지만, 그건 정부나 대기업 같은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지 불가능한 일”이라며 곤란해하더라. 하지만 마냥 부정적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약에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인류가 화성에 가는 것 같은 인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내심 응원했다.
사업을 추진해 성공으로 이끌어야겠다고 확신을 가졌을 때는 의외로 기존에 개인 자원순환 생태계 만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분들의 의식 변화를 확인한 이후였다. “언제 개발해?, 그 아이디어 아직도 진행 중이야?, 아직도 추진 안 하고 있어?, 나는 못 하지만 대표님이 꼭 성공해서 생태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등 세상에 꼭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며 빨리 진행하라고 재촉했다.
다양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당장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니 내가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세상에 작은 변화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시작하게 됐다.
나눔 플랫폼이 많은데, 나비만의 차별화된 점은?
첫 번째로 나비는 개인 자원순환 플랫폼이다. 요청 자원을 확인한 뒤 가정에서 자원 수집해 나비에서 수거하고, 환경 포인트 및 현금을 획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무료나눔 전문 플랫폼이다. 무료나눔이 메인인 플랫폼은 지금 온라인시장에 없다. 보통 중고 거래나 다양한 거래 플랫폼 안에 무료나눔을 추가하는 정도다. 메인 서비스를 무료나눔으로 하거나, 나눔을 통한 자원순환이 가능한 건 나비가 유일하다.
그리고 기존의 거래 플랫폼의 ‘거래사기, 거래제한, 무료나눔 독식’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포인트를 통한 나눔·리뷰·자원순환이 가능하다. 기존 플랫폼은 불필요한 나눔을 요청하거나 전문으로 나눔 물품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진짜로 나눔이 필요한 분들께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불평등이 있었다. 나눔을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불량 이용자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도 많았는데, 나비는 자체 기술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예를 들면, 나눔 기회 불평등 문제는 채팅으로 나눔을 할 때 포인트 제도를 추가해 해결했으며, 불량 이용자는 채팅 내에서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차단 로직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 나눔 환경 포인트 기능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나비 홈에서는 무료 나눔을 검색하거나 이미 게시된 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무료 나눔 거래를 위해서는 채팅 기능을 지원하며, 자원순환에 대한 각종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또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사용자 간 소통과 봉사활동, 재능기부 및 나눔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다. ‘나의 순환’ 기능으로 사용자 본인의 자원순환 정보와 친환경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나비를 통해 자원순환을 이룬 사례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자원순환 사례로는 집에서 버려질 물건들이 무료나눔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사용되고 있다.
나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나눔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자원은 나비 플랫폼에 직접 폐기물 수거 공고를 올려 우리한테 보내 주면 된다. 우리는 그 자원을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그 제조된 친환경 제품을 나비 플랫폼을 통해 다시 판매·구매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 루프를 완성하게 된다.
출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자원순환 테스트를 직접 진행해봤다.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원을 수집 요청, 개인이 가정에서 깨끗하게 모은 우유 팩을 수거해 주민센터에 전달, 친환경 휴지로 교환했다. 받은 휴지는 집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웃음).
친환경 마켓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 상품 대비 비싼 상품 가격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다. 개인의 자원순환을 통한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기업의 폐자원 수급 및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원자재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업사이클(새활용) 시장의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한 환경 보호가 가능하다.
내가 실천한 무료 나눔 자원순환을 통해 저렴한 친환경 상품의 시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일반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비를 창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좋은 아이디어로 정부 지원과 투자를 받고 시작해도, 개발 실패로 1년~3년 이내 폐업하는 기업이 많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당연히 자원순환 무료나눔 모바일 앱 서비스를 개발 완료했을 때다. 사내 테스트 한 달 동안 꿈꾸는 것 같았다.
“진짜 이게 말이 되나? 이걸 내가 만들었네!” 불가능하다고 하던 사람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드디어 온라인에 개인의 자원순환을 위한 장소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주위 사람들이나 같이 진행하면서 도와주셨던 분들도 이런 말을 한다. “자본도 하나 없이 대기업이나 정부 지원 없이 프로그램이나 IT 개발자도 아닌 제조업 기반 출신의 대표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혼자서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 기적”이라고 하더라.
‘나비’가 바라는 세상은?
나비효과. 지구 반대편에서의 작은 날갯짓이 우리가 사는 곳에 태풍으로 올 수 있듯이, ‘나비’는 개인의 작은 순환 활동이 모여 자연을 보호하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되고자 한다.
기업 ‘나비’는 나비효과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작은 것부터 서로 자원순환 하자는 의미다. 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에 동참해달라. 작은 날갯짓을 시작으로 나비의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장·활성화된다면 개인의 활동을 통해 세상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자원순환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비 플랫폼을 통해 자원순환 생태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제 막 론칭한 자원순환 무료나눔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한다. 선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플랫폼 활동 참여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의 중고품 무료나눔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나비의 취지를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친환경 마켓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획득한 환경포인트(꿀단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개인의 자원순환에 대한 친환경 제품으로 보상해 드릴 예정이다.
이렇게 활성화된 온라인 개인 자원순환 생태계를 블록 체인화해 다양한 환경정보를 수집하고, 자원순환 검색엔진 개발 및 서비스를 출시해 해외로 진출할 예정이다.
박형철 대표가 전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살리는 한마디
“개인의 작은 자원순환이 모인다면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